2026년 7월 14일,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미국 뉴욕에서 연 경매에 티라노사우루스 골격 한 구가 나왔다. 이름은 거스. 머리끝에서 꼬리끝까지 약 11.6m, 높이 약 3.8m로 대형 관광버스 한 대와 비슷한 크기다. 거스는 수수료를 포함해 5,013만 달러, 경매 당일 환율로 약 750억 원에 팔렸다. 경매장에 선 모습만 보면 공룡 한 마리가 땅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것 같다. 그러나 거스의 뼈 가운데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은 발허리뼈 하나였다. 발목과 발가락 사이를 잇는 뼈다. 나머지 뼈는 어디에 있었고, 어떻게 한 마리로 모였을까.
뼈가 나온 곳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한 목장이다. 거스라는 이름도 이 목장 주인 게리 리킹의 별명에서 따왔다. 리킹은 전부터 자기 땅에서 공룡 이빨과 작은 뼈를 본 적이 있었다. 소더비는 리킹이 화석 발굴 업체 테로포다 익스페디션스의 토머스 하이트캠프에게 뼈가 나올 만한 곳을 일러 주었다고 전한다. 첫 뼈인 발허리뼈가 나온 것은 2021년이다.
발굴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세 번의 여름에 걸쳐 이어졌다. 뼈는 한 덩어리로 묻혀 있지 않고 넓게 흩어져 있었다. 하이트캠프에 따르면 손으로 파낸 범위는 약 650㎡로, 농구 경기 코트 한 면 반쯤 되는 넓이다. 그의 설명으로는 뼈가 묻힌 층도 땅이 갈라지면서 군데군데 끊기고 어긋나 있었다. 한 층만 따라 파 들어가서는 다음 뼈가 어디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땅이었다. 발굴팀은 땅을 바둑판처럼 칸으로 나눠 팠고, 하이트캠프는 발굴의 각 단계를 현장 지도와 목록, 수집 기록으로 남겼다고 밝혔다. 이런 기록은 나중에 실험실에서 조각이 나온 자리와 주변 관계를 되짚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거스의 발굴지에서 거둔 조각은 1,000점 가까이 됐다. 뼈 1,000개가 나왔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현장에서는 거스 말고도 다른 동물과 식물의 화석이 함께 나왔고, 뼈 하나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나오기도 한다. 무엇이 뼈이고 무엇이 돌인지부터 가려내야 했다. 소더비의 과학·자연사 부문 책임자 커샌드라 해턴은 돌 조각과 거스의 뼛조각을 구별하는 데 숙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테로포다 익스페디션스는 실험실에서 화석에 붙은 돌을 걷어 내고 닦으며 조각을 식별했다. 소더비에 따르면 조각은 손으로 뼈마다 다시 맞춰졌다. 작업은 수년간 이어졌다. 그렇게 다시 맞춘 거스의 화석 뼈는 경매 목록에 183개로 올랐다. 조각이 아니라 뼈 하나하나를 센 숫자다.
하지만 183개로는 티라노사우루스 한 마리를 다 채울 수 없었다. 가장 온전한 티라노사우루스 골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수’를 전시하는 시카고 필드박물관도, 공룡 골격이 온전한 채로 발굴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한다. 거스에게 없는 뼈는 에폭시 수지로 만든 모형으로 채웠고, 일부 부품은 3D 프린터로 출력했다. 에폭시 수지는 굳으면 단단해지는 합성수지다. 해턴에 따르면 빈자리를 채우는 데는 테로포다 익스페디션스가 다른 티라노사우루스를 발굴하며 직접 스캔하고 본을 떠 둔 자료가 쓰였다.
거스의 원본 두개골은 소더비에 따르면 뼈의 약 82%가 남아 있을 만큼 보존 상태가 좋았다. 하지만 골격 위에는 올리지 않았다. 경매 전 전시를 취재한 보도에 따르면, 전시장 안내문은 원본 두개골이 특히 약해 골격 위에 올리기에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원본은 로비에 따로 놓였고, 골격 위에는 복제품이 얹혔다. 그렇게 진짜 뼈와 모형, 복제 두개골을 맞춘 골격은 거스의 몸에 맞춰 짠 철골 위에, 꼬리를 뒤로 뻗고 오른발을 살짝 든 포식자다운 자세로 섰다.
2021년 발허리뼈 하나가 나오고 약 5년이 흐른 뒤에야, 거스는 그렇게 한 마리가 됐다. 그사이 세 번의 여름 동안 땅을 파고, 수년 동안 실험실에서 조각을 맞추고, 빈자리를 모형으로 채웠다. 땅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것처럼 보였던 750억 원짜리 골격은, 땅에서 나온 뼈와 사람이 만든 뼈가 함께 선 것이었다. 거스를 산 사람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고, 거스가 다시 관람객 앞에 설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참고한 자료
- 소더비, 거스 경매 목록공식 화석 뼈 183개, 두개골 보존 상태, 전시 자세
- CNN, 목장에서의 발견과 경매 취재발굴 범위, 실험실 작업, 빈 뼈를 채운 방식
- The Art Newspaper, 경매 결과와 전시판매가, 원본 두개골과 복제 두개골의 전시
- South Dakota News Watch, 발굴 현장 기사사우스다코타 현지 취재와 발굴자 인터뷰
- 시카고 필드박물관, 어떤 공룡 뼈가 진짜일까전시 골격의 진짜 화석과 복제 뼈
